철학은 어떻게 신앙을 만나는가 - 22. 트랜스휴머니즘은 인간을 신으로 만드는가

고장 난 몸을 고칠 것인가, 인간을 새로 설계할 것인가

유전자 편집: 치료의 문인가, 선택된 인간의 문인가

바벨탑의 질문: 올라갈수록 인간은 누구를 잃는가

인간이 신의 자리에 오르려는 욕망은 거대한 DNA 바벨탑처럼 하늘을 향하지만, 그 아래 선 인간의 작음은 기술이 넘어설 수 없는 존재의 한계를 묻고 있다.

22. 트랜스휴머니즘은 인간을 신으로 만드는가

      -   불멸을 향한 현대의 욕망

 

 

 

인간은 오래전부터 죽음을 두려워했다. 고대의 왕들은 불로초를 찾았고, 연금술사는 젊음을 되찾는 물질을 꿈꾸었으며, 현대인은 실험실과 데이터센터에서 그 꿈을 다시 꺼내 들었다. 오늘의 불로초는 산속의 신비한 약초가 아니라 유전자 편집, 줄기세포, 인공지능 기반 신약 개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세포 재생 기술의 이름으로 등장한다.

 

트랜스휴머니즘은 인간을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업그레이드 가능한 존재”로 본다. 병든 몸은 고치고, 약한 기억은 보강하고, 노화는 늦추며, 언젠가는 죽음마저 선택 가능한 사건으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다. 표면적으로 이 사상은 매우 매력적이다. 고통을 줄이고, 장애를 보완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을 누가 쉽게 거부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더 깊은 질문이 시작된다. 인간을 고치는 것과 인간을 새로 설계하는 것은 같은 일인가.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과 더 우수한 인간을 선별하려는 욕망은 어디에서 갈라지는가. 더 오래 사는 인간은 더 지혜로워지는가. 더 강해진 인간은 더 선해지는가. 철학은 이 질문을 인간의 본질 문제로 묻고, 신앙은 이 질문을 창조주 앞에 선 피조물의 자리에서 다시 묻는다.

 

트랜스휴머니즘을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오늘의 생명공학은 실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2023년 12월 겸상적혈구병 환자를 위한 Casgevy와 Lyfgenia를 승인했으며, Casgevy는 CRISPR/Cas9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한 최초의 FDA 승인 치료제로 기록되었다. 이는 인간 유전체 편집이 더 이상 실험실의 상상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문제는 치료와 향상의 경계가 흐려질 때 발생한다. 유전병을 치료하는 기술은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그러나 같은 기술이 키, 지능, 외모, 운동 능력, 성격 특성의 선호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사용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때 인간은 존엄한 존재가 아니라 주문 제작 가능한 상품에 가까워진다. “어떤 인간이 더 나은 인간인가”라는 질문이 시장의 언어로 번역되는 순간, 기술은 치유가 아니라 선별의 도구가 된다.

 

세계보건기구는 2021년 인간 유전체 편집에 관한 권고와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를 발표하며, 이 기술이 제도적·국가적·국제적 감독 속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과학의 발전을 막기 위한 경고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강력한 기술일수록 더 깊은 윤리와 공적 책임이 필요하다는 현실 인식이다.

 

최근 노화 극복 산업은 단순한 건강관리의 차원을 넘어섰다. 일부 기업은 세포 재생, 생물학적 나이 측정, 노화 관련 질환의 지연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한다. Altos Labs는 세포 회춘을 통해 질병과 손상, 노화와 관련된 장애를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고, 2022년 약 3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과 함께 출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늙지 않는 삶”이 더 이상 신화의 언어가 아니라 투자 설명서와 실험계획서의 언어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명 연장 연구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치매, 암, 심혈관질환, 근감소증처럼 노화와 연결된 고통을 줄이는 일은 인간적인 과제다. 신앙의 관점에서도 병든 자를 돌보고 생명을 보호하는 일은 귀하다. 그러나 수명 연장 산업이 인간의 근본 불안을 이용해 “죽음 없는 삶”을 상품화할 때, 그 기술은 치유가 아니라 공포 마케팅이 된다.

 

오늘의 사회는 이미 젊음을 능력으로, 늙음을 결함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여기에 생명공학과 소비 산업이 결합하면 노화는 자연스러운 생애 과정이 아니라 관리 실패의 증거처럼 취급될 수 있다. 더 부유한 사람은 더 오래 젊음을 유지하고, 가난한 사람은 더 빨리 낡은 몸으로 분류되는 세계가 온다면, 트랜스휴머니즘은 인간 해방이 아니라 생물학적 불평등의 새 이름이 될 수 있다.

 

성경의 바벨탑 이야기는 종종 기술문명에 대한 단순한 반대로 오해된다. 그러나 핵심은 벽돌을 굽고 탑을 쌓았다는 사실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 이름을 내자”는 욕망이었다. 인간이 함께 모여 도시를 만들고 기술을 발전시키는 일 자체가 죄는 아니다. 죄가 되는 것은 기술을 통해 창조주 없이 스스로 절대자가 되려는 마음이다.

 

트랜스휴머니즘의 위험도 여기에 있다. 인간 향상 기술은 “더 건강한 인간”을 도울 수 있지만, 동시에 “더 이상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인간”을 만들 수도 있다. 인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서로를 필요로 한다. 아프기 때문에 돌봄을 배운다. 늙기 때문에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 죽음을 알기 때문에 오늘의 사랑을 소중히 여긴다. 그런데 유한성을 모두 제거해야 할 결함으로만 본다면, 인간은 약함 속에서 배우는 지혜를 함께 잃을 수 있다.

 

기독교 신앙에서 인간의 존엄은 성능에서 오지 않는다. 기억력이 뛰어나서, 몸이 강해서, 오래 살아서 존엄한 것이 아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기에 존엄하다. 이 관점은 기술문명 앞에서 매우 중요한 비판 기준이 된다. 인간을 더 빠르게, 더 오래, 더 똑똑하게 만드는 기술이 인간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엄한 인간을 어떻게 더 사랑하고 돌볼 것인가가 기술의 방향을 정해야 한다.

 

트랜스휴머니즘은 현대인의 종교적 욕망을 세속 기술의 언어로 표현한다. 죽음을 넘고 싶다.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 더 완전한 존재가 되고 싶다. 이 욕망 자체는 인간의 깊은 갈망을 드러낸다. 신앙은 이 갈망을 비웃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 안에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이 있음을 말한다. 다만 신앙은 그 갈망의 방향을 묻는다. 인간은 기술로 영원을 소유하려 하는가, 아니면 영원하신 하나님 앞에서 생명의 의미를 받으려 하는가.

 

현대의 영생 프로젝트는 죽음을 제거하면 인간이 구원받을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죽음이 사라진다고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수명이 길어진다고 탐욕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기억이 강화된다고 용서가 쉬워지는 것도 아니다. 몸이 강해진다고 사랑이 깊어지는 것도 아니다. 인간의 비극은 단지 짧게 산다는 데 있지 않고, 주어진 삶을 사랑 없이 낭비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따라서 신앙의 비판은 기술 반대가 아니라 우상 비판이다. 병을 치료하는 기술은 선물일 수 있다. 장애를 보완하는 기술은 이웃 사랑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노화로 인한 고통을 줄이는 연구는 인간의 책임일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이 “너는 더 이상 약하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죽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하나님도 이웃도 필요 없다”고 속삭일 때, 그것은 바벨탑의 언어가 된다.

 

트랜스휴머니즘은 인간을 신으로 만들 수 있는가. 기술적으로는 인간의 능력을 놀랍게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질병을 고치고, 수명을 늘리고, 신체 기능을 보강하고, 인지 능력을 증강하는 일은 앞으로 더 현실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인간의 신격화를 뜻하지는 않는다. 신이 된다는 것은 오래 사는 일이 아니라 생명의 근원이 되는 일이다. 피조물은 아무리 오래 살아도 스스로 생명의 근원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22회의 질문은 기술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기술의 방향을 묻는 데 있다. 인간 향상 기술은 약한 사람을 더 소외시키는가, 아니면 더 돌보는가. 부자의 몸만 더 오래 보존하는가, 아니면 고통받는 환자에게 공정하게 닿는가. 인간을 성능으로 평가하는가, 아니면 존엄으로 대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기술은 아무리 정교해도 인간을 구원하지 못한다.

 

바벨탑은 무너진 고대 건축물이 아니라 오늘도 반복되는 인간의 욕망이다. 우리는 더 높이 올라가려 하지만, 정작 더 깊이 사랑하는 법을 잊을 수 있다. 신앙은 기술문명에 이렇게 묻는다. “너는 인간을 신으로 만들려 하는가, 아니면 인간을 더 인간답게 살게 하려 하는가.” 그 질문 앞에서 기술은 처음으로 겸손해지고, 인간은 다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시작한다.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6.07.03 09:03 수정 2026.07.0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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